4. 주택사업으로 위기 탈출

IMF 관리체제는 포스코건설에게 많은 시련을 안겨주었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했다. 당시는 결코 이 사태가 끝날 것 같지 않았지만, 지나고 보면 IMF는 금방 지나갔다. 이후 우리경제는 성장가도를 달렸고, 부동산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따라서 이 시기는 위기를 기회로 포착하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IMF 위기를 맞아 경쟁자들은 포스코건설에 대한 견제력을 상실했다. 연일 부도와 사업 중단이 이어지면서 불안한 소비자들은 건설사들의 재무 상태를 따지기 시작했다. 탄탄한 재무구조라면 포스코건설을 따라올 경쟁자가 없었다.

이 기회의 순간, 포스코건설은 공격경영을 선언했다. IMF 위기를 맞아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했던 서울 강남 도곡동과 삼성동 등의 보유 부동산을 처분하지 않고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포스코건설로서는 제철 플랜트가 침체된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으며, 경쟁업체들의 견제가 느슨한 이 시점이 주택사업 진출의 최대 호기라고 판단했다.

도곡동 포스코트 모델하우스 개관식

도곡동 포스코트 모델하우스 개관식

포스코건설은 강남의 요지인 도곡동에 244~254㎡대 아파트 64세대 분양의 도곡동 포스코트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 프로젝트는 포스코건설이 최초로 시행하는 일반분양 주택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쾌적한 조경을 조성하고 고품격 실내 디자인을 도입한 결과 고급주택 수요자들로부터 인기를 끌어 부동산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1999년 10월 분양 당시 초기 계약률 100%를 달성했다.

도곡동에 이어 삼성동 부지도 개발했다. 2000년 10월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맞은편에 삼성동 포스코트(현, 삼성동 더샵) 90세대를 분양했다. 건설경기 악화에 따라 대부분의 주택업체가 신규 아파트 공급을 2001년 2월 이후로 미루고 있던 상황에서 분양을 감행한 삼성동 포스코트는 25대 1이라는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결국 포스코건설의 판단은 정확했고, 뛰어난 혜안으로 기회를 제대로 잡았다. 도곡동 포스코트와 삼성동 포스코트의 성공적 분양은 포스코건설에게 주택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포스코건설은 재건축 시장에 진출했다. IMF 이후 재무구조를 중요시 여기는 풍토가 생기면서 재건축 시장도 포스코건설로서는 도전해볼 만한 분야였다. 1999년 9월에 수주한 첫 재건축 사업인 서울 강동구 암사동 소재 서방연립 프로젝트가 그랬다. 수주 경쟁을 거치지 않고 조합의 요청으로 사업이 추진됐다.

대치동 동아아파트 수주전

대치동 동아아파트 수주전

2000년 10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동아아파트 재건축 수주는 경쟁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포스코건설의 수주를 놓고 건설업계는 후발주자가 대형 건설사를 꺾고 일부 대기업이 독점해오던 재건축 시장을 무한 경쟁체제로 변모시킨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였다.

포스코건설은 채 10일도 안 되는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6개월 이상을 준비한 재건축 분야 국내 최고의 건설업체를 물리치고 사업권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모델하우스조차 없이 뒤늦게 수주전에 뛰어들었지만, 철저한 프로 정신과 성실성을 바탕으로 수주전을 펼쳐 마침내 예상을 뒤엎고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던 상황에서 재무구조가 가장 우수한 기업이라는 신뢰성이 성공의 견인차였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는 철강 플랜트 수주 격감으로 창사 이래 최대 불황에 시달리던 포스코건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다시 한 번 불어넣었다.